[영도스케치] 영도, 이 순간에 머무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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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하미화 회화작가본문

31.5 x 40.7cm acrylic on canvas. 2020
나에게 영도는 학창 시절 태종대 해수욕장에 가기 위해 구불거리는 도로를 한참 동안 버스를 타고 갔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바다를 끼고 돌면 기암절벽과 광활한 바다가 펼쳐져 당시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오곤 했다. 가끔 영도에 들어갈 일이 생기면 그때의 기억에 지금도 설렌다.
영도는 어느 방향으로 돌아가더라도 바다가 보여 여러 풍경을 볼 수 있다. 그 설렘은 영도를 늘 새롭게 만든다. 그러나 모든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근대화, 산업화로 영도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은 어지럽혀져 있고,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 잔재들은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영도가 가진 본래의 아름다움이 다시 소환되었고, 사람들은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 바람을 느끼기 위해 영도로 하나둘 발걸음하고 있다. 동네 골목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풍경, 담벼락 사이 보이는 수평선, 운동장 너머 보이는 바다와 하늘, 내리막길 도로에서 펼쳐지는 바다의 모습 등. 발 닿는 골목 여기저기를 오랜만에 걸으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살고 싶은 동네를 만난 기분이다.
아쉽게도 그림 속의 정겨운 동네들은 원도심 재개발 계획으로 몇 년 후에 사라질 예정이다. 누구에게나 정겹게 다가갔던, 멀리 내려다보이는 바다 풍경과 앞으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씁쓸해졌다.
익숙한 그 무엇과의 이별이 주는 공허함을 뒤로하고, 다시 걷는다. 저 멀리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코끝으로 느끼며 해질녘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바다색의 변화에 흠뻑 빠져본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마음이 편해지는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