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섬영도

"영도가 간직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시 바라보고 소중하게 기록합니다."

[영도DBpalm] 2회_신앙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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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유리 소설가 작성일 2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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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의 사소한 것을 디비파헤쳐 저장하고 키운다. 영도dbpalm 


 

다대포에서 자란 나는 20년간 타의로 대한예수교장로회 교회를 다녔다교통이 편리하지 않아 육지의 섬과 같았던 다대포엔 기독교와 무속신앙과 각종 소수 종교가 난무했다격리된 지역에선 다수 종교도 독특한 색채를 띠었다나의 교회에선 헤어 염색과 짧은 치마청소년의 화장과 이성 교제를 금지했다. 20세기에 뭔 일인가 하겠지만 현실이었다면적이 좁든 넓든 닫힌 영역은 그 안에서만 통용되는 질서가 있었다폐쇄성과 낙오에 대한 불안 때문에 하찮은 원칙이라도 지키고 싶었던 건지 모른다

 

2020년 우연히 영도에서 1년살이를 하는 동안 기시감을 자주 느꼈다영도에 그렇게 많은 신앙인이 있는 몰랐으며실천적으로 전도한다는 사실도 몰랐다하루걸러 하루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와 공부하는 사람입니다.’가 현관문을 두드렸던 1년 동안 그들이 정확히 어떤 신앙을 가졌는지 이해하려 하진 않았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타의로’ 믿었던 신에게 오랜 세월 묶여있었던 나는 세상 그 무엇도 믿지 않는 회의주의자로 성장했다그러나 소수 종교에 관심이 많은 특이한 덕후가 되었다원하지 않아도 자주 접하게 되면 어떻게 무언가를 믿게 되는지싫었던 만큼 반작용으로 얼마나 열중하게 되는지 체험했기 때문이다 




성은교회



 

한국의 종교인구는 1위가 기독교(45%), 2위 불교(35%), 3위 천주교(18%)이고 소수 종교는 무려 2008년 기준 약 510, 2011년 기준 약 566개이다. 5천만 인구에 500여 개의 종교라니. 충북 청주에 20여 명의 신도를 거느린 이불교(이불 안에서 찬송하고 기도하면 병이 낫는다는 종교)’도 있는 한국이니 이상할 것도 없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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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교회

 


 

원불교천도교대순진리회대종교증산도여호와의 증인하나님의 교회7일 안식교한국 SGI뿐 만 아니라 

통일교신천지천부교천리교구 JMS 현 CGM, 모르몬교칭하이 무상사단월드를 빼고도 500여 개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 열거한 종교 체인점들은 영도에 거의 다 있다.’ 




청학동 동구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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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동구빌딩




남도여중길 28길엔 원광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원불교 영도교당이 있고 영도에 바짝 붙은 중구 대영로 233에 천도교 부산 남부 교구가 있다. 1951년 범내골 토담집에서 시작된 통일교는 영도로 옮긴 후 부흥회로 신도를 확장한 후 1988년 서울올림픽과 함께 현 교구 건물인 범천 빌딩을 샀다이쯤 되면 한국 전쟁 이후 영도에 들어가면 굶어 죽진 않는다고 퍼졌던 소문이 비단 수산물 채취로 먹고사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영선동 1가 53번지엔 증산도 영도 도장이 있다증산도는 천지 만물의 주재자인 강증산을 증산 상제로 모시는 종교교인들 주장으론 학문이다신선동 2가엔 왕국회관이 있는 상가 건물이 있는데여호와의 증인들이 모이는 곳이다한 건물에서 사무실 세 개를 사용한다같은 건물에 부산 동삼제일교회에서 탄생한 다락방 선교회가 있으니 서로 협조만 잘 되면 한 상가에 여러 종교를 모아 종합 종교 타운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개척교회와 법당이 하나씩 들어오고 지금은 대부분 거처를 옮긴 신천지가 한층 임대하면 인터넷 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핫스팟이 될 듯


하나님의 교회도 빠질 수 없다웃서발로 94번길 24에 있는 세월이 스민 4층 건물이 하나님의 교회다동삼동엔 한국 SGI 영도희망문화회관도 있다크고 웅장한 건물이라 쉽게 찾을 수 있다일본에서 창가 교육 학회로 출발한 이 종교는 한동안 남묘호렌게쿄라는 이름으로 오해받았다본부가 도쿄에 있기 때문인지 한국 SGI 건물은 대체로 시설이 좋은 편이다. 할리우드 배우가 불교로 개종했다하면 SGI 인 경우가 많다 




 대한천리교원남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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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천리교원남성교회


 


천부 교인들이 모인 신앙촌은 기장에 있지만 신앙촌에서 생산한 물건을 판매하는 시온상회는 청학2동에 오래된 가게가 남아 있다생명물 간장과 런 요구르트가 유명하다일본 버전 잔 다르크인 여성 농민 나카야마 미키는 1838년 하늘에서 명을 받아 텐리교를 만들었는데이것이 한국의 천리교이다부산역 앞에서 박자목이라는 나무 막대기 두 개로 딱딱 소리를 내며 기도하고 있는 할머니들이 천리교 신자들이다동삼동에 있는 천리교원남성교회는 멋들어진 기와지붕에 웅장한 건물이 어찌나 멋진지 그 건물 앞 교차로 이름이 무려 천리교 삼거리다얼마 전 그리 좋지 않은 일로 뉴스가 났던 영도 하씨 로버트 할리씨는 모르몬교 선교사였다청학 1동에서 제7일 안식교 교회를 발견했을 땐 친근감마저 느꼈다나의 친어머니가 신자이기 때문이다호주에서 신앙을 가진 어머니가 찾아간 가장 큰 교회가 제7일 안식교였다어머니에겐 토요일이 안식일이며 삼겹살을 좋아하는 나에게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고 늘 경고하고크리스마스를 사탄의 축제라며 질색한다같은 동네에 재건교회가 두 개 있는데재건교회는 일제 강점기에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목사 중 일부가 만든 교회이다대한예수교장로회에 소속되어 있지만그 안에서도 수가 적은 편이다나의 어머니는 제7일 안식교나의 할머니는 재건교회 교인청교도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재건교인 할머니는 일요일엔 공부도 놀이도 금지했고 우상이라며 인형을 가지지 못하게 했다일요일은 안식일이니 완전히 안식하기 위해 소비해서는 아니 되었다. 

 



영도희망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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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희망문화회관

 



돈을 쓰는 것은 물론 전깃불도 켜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어머니를 대신해 나를 20년 키운 할머니의 믿음은 그랬다그래서 나도 열 살 때까진 재건교인 어린이였다주관 없고 불행한 아이에게 첫 번째 책성경을 건네준 할머니도 어머니도 각각 신앙이 있었다그래서 그들과 나는 더 멀어졌다. 

 

원고를 쓰기 위해 영도를 돌아보던 나는 이 모든 종교시설 안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생각했다삶의 고통은 때론 신앙으로 녹여지나 어설픈 점쟁이에게 몇만 원을 내고 덕담을 들어도 마찬가지다우리는 운다생각보다 자주어른이 우는 건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에 성령이나 천명이 임하셨을 때 당당하게 운다눈물은 슬픔의 실상이다심령이 가난한 자는 천국이 저희 것이니이 많은 천국을 약속하는 섬에서 나는 절망보다 삶을 버팅기게 하는 독기를 읽는다어쨌든 저쨌든 사람은 살아가고 나의 할머니는 행복하게 돌아가셨다뭘 믿던 내가 무슨 상관인가그의 신앙이라는데그를 살게 한다는데.




 

 

김유리 소설가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원작 작가. 서울사람 아님. 텍스트 노동자. 출세욕있음. 의외로 잘씀. 의외로 착하고 귀여움. 글쓰기 강사. 365일 여는 강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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