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섬영도

"영도가 간직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시 바라보고 소중하게 기록합니다."

절영도 차향(茶香)을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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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수진 리케이온 대표 작성일 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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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영도 차향을 마시다

 


 

영도의 식물이라는 주제로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승낙은 쉽게 했지만 어떤 식물을 대상으로 글을 쓸까? 하루를 꼬박 고민했었다. 중리산에서 새롭게 군락지가 발견된 칠보치마로 할까? 봉산마을의 블루베리를 주제로 할까? 그것도 아니면 영도의 태종사 수국을 요약할까? 그러던 중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간한 ‘2021 부산 민속 문화의 해, 해양민속조사보고서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보고서를 뒤적이다가 눈이 번쩍이던 문장이 있었다.


내가 29년 전에 심었지(...중략...)

우리 절 옆으로 녹차 밭이 3,000평인데 입지가 좋아요


평소 차나무에 관심이 있었던지라, 영도에 녹차 밭(tea garden)3천 평 이상 있다는 사실에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너무나 반가웠다차나무의 한자인 ()’를 파자하면 초두()’ 아래 사람()’이 중심에 있고, 그 아래 나무()’가 있다. 차나무는 그간 사람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문화의 결실로 정제됐기에 미래 영도가 지향하는 문화도시에 가장 적합한 식물 소재 중 하나라 평소 생각하여 더욱 애착이 갔다.

 


영도에서 차나무를 본 적이 있나요


영도에 거주하는 주변 분에게 영도에서 차나무를 본 적이 있나요? 라고 물으면 대부분은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차나무의 생리와 생태를 알고 주변을 둘러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차나무를 확인할 수 있다한 예로 동삼동 중리마을 한 주택 정원에는 수령이 무려 20여 년 이상 된 차나무가 정원수로 있고, 중리산의 산책로 주변에도 차나무가 관찰된다. 부산남고등학교 옆 한국해양대학교 관사 뒤 텃밭에는 수령이 꽤 되어 보이는 차나무가 식재되어 있고, 본인이 운영하는 리케이온 정원에도 무려 3주의 차나무가 있다. 이렇듯 필자가 사는 동삼동 중리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서 차나무를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수의 차나무가 영도에서 관찰 가능하다는 것이다




a.주택정원의 차나무(중리)b. 중리산 산책로 주변부 차나무
a. 주택정원의 차나무(중리)                                                                             b. 중리산 산책로 주변부 차나무


c. 해양대 관사 뒤 텃밭 차나무d. 리케이온 정원의 차나무(중리) 
c. 해양대 관사 뒤 텃밭 차나무                                                            d. 리케이온 정원의 차나무(중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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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중리일원에서 관찰된 녹차나무 

 




차나무의 이름에 왜 동백나무가 있지?


국립수목원의 국가 생물종 지식 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차나무의 학명은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 L.)로 기록되어 있는데, 속명 카멜리아는 라틴어로 동백나무를 뜻하고, 종명 시넨시스중국산이란 뜻이다. 차와 관련한 국내 많은 도서에서 차나무를 동백나무과()로 잘못 표기하고 있는데, 아마도 속명에 쓰인 카멜리아즉 동백나무 이름 때문에 생긴 착각으로 생각된다.

 


a. 녹차 꽃b. 녹차 잎

                                                             a. 녹차 꽃                                                                                          b. 녹차 잎


c. 녹차 종자d. 깨트린 녹차종자
c. 녹차 종자                                                                                 d. 깨트린 녹차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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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나무의 외형적 특성

 




차나무는 동백나무처럼 사철 푸른 상록수(常綠樹)로서 주로 온난한 지방에서 자라는 난대성 식물이다. 국내에서는 경남과 전남, 제주도의 해안지방에서 자생이 가능하며, 볕 바른 양지에서나 음지에서도 잘 살 수 있다. 야생에서는 대부분 양지보다는 해가 가려진 반음지에서, 특히 오후 햇볕이 가려지는 곳에서 생육이 가장 좋다차나무꽃은 9월 말부터 11월에 걸쳐 개화하는데, 늦가을 하얀색 꽃과 더불어 은은한 차꽃 향은 주변을 매혹하기에 충분하다. 차꽃의 꽃잎과 꽃받침은 각각 다섯 장이며, 찻잎은 윤기가 나는 짙은 녹색으로 톱니형의 거치가 있고, 끝이 뾰족한 긴 타원형이다.

 

보통의 식물은 그해 꽃이 지고, 결실을 보아 씨앗을 생산하지만, 차나무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씨앗이 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 핀 꽃과 작년에 맺은 열매가 한 가지에 맺히게 된다. 그래서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마주 본다고 해서 차나무를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 혹은 모자상봉수(母子相逢樹)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차나무의 가족(tea family, Theaceae)은 누구?


차나무의 속명에 동백나무(Camellia)가 표기된 것처럼 차나무와 동백나무(Camellia japonica), 그리고 애기동백나무(Camellia sasanqua Thunb.)는 물푸레나무속 차나뭇과의 식물로 생리, 생태가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각각의 종마다 잎, , 열매, 꽃피는 시기 등의 차이가 있어 그 특징만 알면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그 외 차나무와는 다른 속명을 쓰고 있지만, 사스레피나무속의 사스레피나무(Eurya japonica)와 우묵사스레피(Eurya emarginata), 후피향나무속의 후피향나무(Ternstroemia gymnanthera), 비쭈기나무속(Cleyera)의 비쭈기나무(Cleyera japonica Thunb.) 등도 영도의 봉래산, 중리산, 태종대 일원의 크고 작은 숲에서 관찰할 수 있다.

 


녹차 밭(tea garden)의 원형 경관이 영도 봉래산 자락에....




호국관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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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길 사이 주변부에는 차밭이 조성되어 있다"

호국관음사

 




전남 보성과 강진 그리고 경남 하동 일대의 녹차 밭을 방문한 이들은 대부분 녹차 밭 경관을 볕이 넓게 내려친 숲속 언덕에 층층의 녹색 테라스와 선형의 열을 맞춘 녹색 융단을 상상할 수 있다하지만상상하던 녹차 밭은 을사늑약(1905)’ 이후 조성되거나 일제에 의해 계약 재배된 차밭으로 우리 전통적인 차밭의 원형 경관과는 거리가 있다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나주 불회사장흥 보림사화순 쌍봉사보성 대원사순천 선암사 등 일부 고찰의 차밭에서 원형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부산에서는 동국여지승람 동래 부편에 차도(茶島)’ 등의 지명이 있어 차와 인연을 추정할 수 있고금정구 범어사를 비롯한 동래구 금어사 일원의 차밭골이라는 지명은 차와 관련한 역사가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다한편영도구 산제당길 137에 있는 호국 관음사는 1946년 전후 창건한 사찰로 3천 평이 넘는 야생차밭을 이루고 있다주지 정봉 스님은 1968년 영도와 인연을 맺어 현재까지 40여 년간 부처님께 차 공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그에 따르면 1992년 지리산에서 처음 녹차 씨앗 다섯 되를 구해 봉래산 자락에 차밭을 일구고다음 해 보성에서 우량의 녹차 씨를 구해 3천 평이 넘는 면적의 녹차 밭을 일궜다고 한다. 



  

 호국관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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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조성된 차밭이지만 자연과의 경계는 없다"

호국관음사

 




호국 관음사의 녹차는 대웅전의 오른편 소나무 숲길 사이에 야생차 군락이 조성되어 있는데인위적이지 않고 질박함이 살아있는 한국적 다원(茶苑)의 원형 경관이라 할 만하다정봉 스님은 녹차는 겨울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안 되는데영도는 겨울이 따듯하고해풍이 불며또 연간 안개가 70일 이상이라야 최상품의 차가 나오는데 영도는 연간 78일이 안개야.”라고 말씀하시면서 관음사에서 생산되는 차 품질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


다선일미(茶禪一味)’라 했던가. 과거, 차가 특정의 종교와 결부되었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차는 이미 문화이다. 가까운 미래에 차 문화가 영도의 새로운 물결이 되길 기대하며, 글을 마감하려 한다


 




 

김수진 리케이온 대표

고려대학교 이학박사(환경계획 및 조경학 전공), (사)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이사/ (사)한국도서섬학회 이사
(재)부산그린트러스트 이사/ 부산시설공단 태종대유원지 운영위원
현재, 중리의 ‘리케이온’이라는 정원카페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정원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봉산마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적산가옥 정원과 검사집 폐허정원 등을 기획하고 조성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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