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섬영도

"영도가 간직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시 바라보고 소중하게 기록합니다."

[영도스케치] 반짝반짝 따뜻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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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자현 작가 작성일 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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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따뜻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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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현. 반짝반짝 따뜻한 물. 31x41cm. 종이에 연필. 2021



엄마는 바다를 바라보거나 바닷물 속에 몸을 담그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런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일 년 전 엄마는 사고를 당했고 그 여파로 수개월 동안 10분 이상 걷지를 못했다. 8개월 정도 지나 추석에 엄마와 영도 흰여울길을 걸었다. 엄마는 그날 위아래 검은색 주름 옷을 입었다. 은은한 갈색 스카프를 어깨에 둘렀으며, 스카프가 흐트러지지 않게 반짝거리는 브로치도 달았다. 우리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꾸미고 나온 엄마가 어여뻤다.

 

흰여울길 언덕 커피숍에서 엄마는 바다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바다를 배경삼아 엄마와 사진을 찍고 흰여울길로 내려가 걷기 시작했다. 작은 소품 가게를 지나자 엄마는 부엉이 장식품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부엉이 두 마리를 샀다. 다친 이후 수개월이 지났지만, 잘 걷지 못했고 뒤뚱뒤뚱 걸었는데 그날따라 엄마는 우리가 예상했던 거리보다 더 걸었고 더 멀리 가고 싶다고 했다. 걸음도 다른 날보다 가벼웠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몽돌해변에 다다랐고 커다란 파라솔이 보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바위 위에서 누군가 홍합 같은 조개를 따고 있었고 어느 모녀는 해수욕하고 있었다. 10월이라 물이 차갑지 않을까 싶어 바닷물에 발을 담가보니 차갑지 않다. 광안리나 해운대는 9월 초만 되더라도 차가운데 말이다.

영도의 몽돌해변은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어 작은 욕조처럼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엄마는 해수욕을 즐기는 모녀처럼 옷을 입은 채로 바닷물에 몸을 담갔다. 그리고 홍합을 따기 시작했다. 바닷물에 둥둥 떠다니며 홍합 채집에 몰두했다. 어느새 엄마의 외투는 홍합 바구니가 되어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바닷속에서 즐거워하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가꾸고 작은 것에 기뻐하는 엄마의 모습을.

그런 과정들 속에서 엄마는 스스로 치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날의 영도 바다와 엄마의 밝고 예쁜 모습은 마치 따뜻한 물을 품은 작은 욕조가 되어 나에게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았다.






박자현 작가

creative worker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이 마주치는 순간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라진 문들이 있었던 흔적을 수작업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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