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섬영도

"영도가 간직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시 바라보고 소중하게 기록합니다."

[영도스케치] 영도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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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선옥 회화작가 작성일 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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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종이에 아크릴물감

영도_ 종이에 아크릴물감_ 420x297mm(세로x가로)_ 2020



어릴 때 명절날이면 사촌 언니오빠들이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나를 놀렸다어른들까지 너거 엄마 거 가면 다리 밑에 아직 있다’ 라고 거들면 결국 삐져서 훌쩍거렸다명절 때마다 찾아왔던 삼촌 친구에게 할아버지할머니는 이북서 피난 내려와 영도에서 다 같이 살 때~라고 매번 얘기하셨던 게 기억난다아빠가 어릴 때 이야기다우리 가족은 피난민이었고영도에서 다 같이 살았었다

20대 때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그 친구네는 영도에서 살고 있었다그 친구는 의외로 영도 사람이었던 것 같다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부산으로 다시 돌아와 영도에서 결혼식을 했고 아버지의 장례도 치렀다그 해에 나는 영도에 두 번 지인의 부친 빈소에 다녀왔다.


중앙동에 작업실이 생기고 몇 년 뒤, 그림을 그리러 오는 영도 분들이 생겼다. 그분들과의 인연으로 영도의 맛집을 알게 됐다. 더운 여름에 경치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손에 들고 기분이 좋았다. 영도의 어느 길에서 이 길을 따라 중앙동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세 시간이 넘게 걸어서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작업실에 도착했었다. 

언제부턴가 영도는 다른 지방에서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핫한 장소가 되었다. 전망 좋은 곳에 규모가 큰 트렌디 한 카페가 생겼고, 영화 촬영 장소였던 해안가 마을의 작은 가게들에도 사람들이 찾아와 줄을 선다하고, 나도 친구들과 영도에 몇 번 놀러 가서 사진도 찍고 했다. 영도에서 사는 지인들은 영도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영도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봉래동(봉산마을)과 대평동(깡깡이 마을)을 여러 번 찾게 되었다. 작업을 위해 동네의 골목길 사이사이를 오르내리며 처음으로 영도라는 동네에 들어가 본 것 같다. 옛날이야기에 있었던 마을도 아니고, SNS 감성 사진의 배경도 아닌 사람이 살고 있는 곳 영도.

 

나는 생각보다 이곳과 관련된 더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선옥 회화작가

painter
사라져 가는 과정 중에 놓인 집이나 건물들이 주변과 만들어내는 일시적 풍경을 회화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미술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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