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섬

"영도문화도시센터의 사람들, 사업, 철학과 비전을 소개합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높은 문화의 힘을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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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태만 영도문화도시추진위원장·국립해양박물관장 작성일 2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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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해양의 시대, 문화의 힘으로 풍요로워지는 사례를 기대하며




 

해방 이후 귀국한 백범 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김구 선생처럼 문화가 가진 가치와 힘의 정체를 제대로 살피고 깊이 깨달은 분이 또 있을까. 선생은 새로운 나라가 물질적으로 풍요롭거나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이기보다는 오직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이기를 소망했다. 권력이나 재력보다 문화의 힘을 높이 평가한 선생의 세계관이 물론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류는 언제나 당대에는 이상적이라고 느껴지던 것들을 결국에는 이루어내며 진화해왔다. 그것은 다양성과 포용성에 기반 한 문화의 힘이기도 하고 동시에 모든 것을 받아 안는 해양의 정신과도 상통한다.

 

그럼에도 오래 지속된 부패한 자유당 정권과 이후 군사정권은 문화를 한낱 장식품 내지는 통치수단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그러다가 문민정부 탄생 이후에야 비로소 우리도 문화의 힘을 자각하고 본래의 위치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성장 중심의 산업주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을 함축한 것이 바로 문화국가론이라고 봐도 좋다.



문화가 물처럼 

흘러 모두가

 

풍요로운 문화의 

바다로 나아가길


 

파도 사진
 
 
 

물론 부족한 점도 많다. 그럼에도 많은 국가와 또 도시들이 문화를 중심으로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영도 역시 지난 201912월 제1차 문화도시로 법적 지정을 받으면서 올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비롯해 여러 사정으로 사업을 생각한 바대로 모두 진행할 수는 없었지만 자치구 중 유일하게 문화도시로 선정되었을 만큼 역량 있는 전문가들이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해오고 있다.

 

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의 문화도시 사업은 단순히 하나의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사업이 아니다. 영도의 사례는 문화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한국 사회 전반의 노력과 더불어 진행되는 것이고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문화국가의 비전과 전략을 늘 염두에 두고 그 큰 그림 속에서 영도가 가진 고유한 가치를 되새길 수 있다면 영도는 김구 선생이 바라던 한없이 드높은 문화의 힘을 위한 거대한 흐름의 전위에서 길을 여는 프론티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제정된 문화 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문화다양성법 등을 비롯해 예술창작 지원, 문화시설 확충, 국민의 문화 향유와 문화복지 확대, 지역문화진흥 확대 등 다양한 성과들이 모두 이런 선도적인 실험과 지원의 결과로 가능했던 일이었다. 올해 법정문화도시 사업의 첫 삽을 뜬 영도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감수성과 치열한

 노력에 거는 기대

 

흰여울점빵
 


 

영도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섬이다. 게다가 산업이 쇠락한 이후 남은 오래된 시설과 좁은 골목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이른바 힙 스페이스의 조건과 일치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장소를 해석하고 그 안에 숨겨진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스스로 재구성하면서 문화적 만족을 느끼는 요즘 세대에게는 만들어서 내놓는 기성품의 문화가 매력을 가질 수 없다. 을지로의 수십 년 된 작은 노포, 오래된 상점, 이야기를 간직한 골목을 구글 맵을 켜고 헤매며 즐거워하는 요즘 세대의 문화적 감수성은 어쩌면 우리가 바라던 높은 문화의 힘과 맞닿아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역이 변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카페가 들어오고 술집이 늘어난 다음 대자본이 들어와서 초창기 모여든 이들이 모두 쫓겨나고 원래 살던 주민들까지 치솟은 지대를 감당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만 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이지만 이런 도시재생의 부작용도 지역 자산화, 혹은 시민 자산화의 형태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젊은이들의 문화 감수성과 민간에서의 치열한 노력들은 모두 우리 영도가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데 든든한 밑천이다. 거기에 역량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영도문화도시센터의 구성원들이 이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영도문화도시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의 예술가, 기획자, 활동가, 행정가 등이 힘을 모은다면 어떤 멋진 일이 벌어질지 설렌다. 앞으로 분권적 거버넌스든, 결사적 거버넌스든, 혹은 숙의적 거버넌스든 더 자주 만나고 더 자주 모여야 할 일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서 새로운

탄생이 가능할 것


영도다리
 



그동안 영도문화도시 법정 지정을 위해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나름의 작은 힘을 보탰다. 결국 선정이 되어 올해 실제 사업들이 진행되는 것을 보니 보람도 느껴지고 더 잘할 수 있었던 점은 없었는지 성찰도 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국립해양박물관의 관장을 맡게 되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박물관이 영도에 있어 더 가까이에서 영도의 변화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새로운 것들, 모든 창의적인 것들은 경계에서 태어난다.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다양성, 포용성, 혼종성, 생명 등으로 요약되는 해양성의 정신은 그대로 지금 우리의 시대가 요구하는 문화의 풍경과도 겹쳐진다. 그런 의미에서 국립해양박물관이 할 수 있는 일도 찾아볼 것이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서 새로 시작될 모든 것을 미리 축하하며 희망을 담은 새해 인사도 함께 건넨다. 지난 한 해 마음을 보태준 모든 분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김태만 영도문화도시추진위원장·국립해양박물관장

평생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중국문학, 해양문화 등을 강의하다가 작년 12월부터 국립해양박물관장에 보임받아 새로운 영역에서의 역할을 탐험중이다. 지금까지의 경륜을 바탕으로 남은 열정과 에너지를 바쳐 문화국민을 위한 해양문화의 확산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