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섬

"영도문화도시센터의 사람들, 사업, 철학과 비전을 소개합니다."

영도 문화매개자 실험참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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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홍순연 삼진이음 이사·대통전수방 부코디네이터 작성일 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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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물양장. 사색하는 풍경. 벽면 위 스프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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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물양장 <구헌주. 사색하는 풍경. 벽면 위 Spray. 2019>



영도는 섬이다. 남포동에서 영도대교, 중앙동에서 부산대교가 봉래동 남항동을 이어주고, 감만부두에서 시작된 부산항대교는 영도를 거쳐 남항대교를 지나 송도까지 이어진다. 소금기 머금은 바람을 맞으며 빨간 영도대교를 건너다보면 커다란 바지선과 수리를 기다리는 배들이 해안선을 따라 즐비하게 서 있고 1940년대 매축 이후에 생긴 뾰족한 창고들이 배들과 함께 나란히 서 있는 곳이 보인다.

 

영도에 들어서면 삼신 할매가 살고 있다는 봉래산이 눈앞에 우뚝하고, 산허리 아래에 집들이 어깨를 맞대고 빼곡히 들어차 있다. 3~40년 전까지만 해도 누가 새로 이사 오면 마을 사람 모두 경사진 골목길에 나와서 세간을 옮겨주는 훈훈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햇살만 가득히 조용하다. 담장 너머 푸르른 바다가 한 조각, 데칼코마니 같은 부산 원도심 산복도로가 한 조각 눈에 들어오는 곳, 바로 영도다.

 

5년 동안 영도를 들락거리다 보니 봉래시장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오늘은 콩나물 집 아주머니 물건을 옮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가 운영 중인 <대통전수방>은 도시재생사업을 운영하면서 문화적 향유보다는 좀 더 딱딱한 일들을 했던 거 같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많다. 아이들과 함께했던 <영도같이친구>의 프로그램도 단발적인 이벤트로 할 수밖에 없었고 주민들과 했던 생활문화센터 또한 리빙랩 같은 실험으로 끝난 아쉬움이 못내 있었다. 작년 영도가 문화도시로 선정됨에 따라 영도인으로서 말랑말랑하고 아이디어 넘치고 자유로운 문화적 활동을 기대하는 한 사람이 되었다. 동시에 영도에 다양한 사업(?)이 들어오면서 기대, 설렘 그리고 고민이 함께 존재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먼저 경험했던 영도를 한번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앞으로 문화도시 활동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쓰고자 한다.



봉봉클래스  영도같이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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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클래스와 영도같이친구



우선 영도는 호두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겉은 딱딱한데 속은 부드러운 사람들이 바로 영도 사람들이다.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너거들은 나중에 떠날 사람 아니가?”였다. 그때마다 항변하듯이 안 가요! 왜 자꾸 갈 사람 취급하세요?”라고 대답했다. 4년을 주민들과 시루다보니 이제는 그러한 말들보다 뭐할꼬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처음 시작하는 기획자들은 영도 사람들과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한번 마음을 열면 모든 걸 내주시는 분들이니 영도 사람들 간의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영도의 매력은 무엇보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역사 문화적 가치로 근현대 기술의 본고장이자 아직도 수리조선 산업의 중심이다. 봉래동 물양장에서 기름진 옷을 입고 계신 대표님들은 만나면 언제나 자랑스럽게 하시는 말씀이 러시아 배도 일본 배도 여기서는 못 고치는 게 없다. 김 사장님은 기계만 보면 똑같이 만드는 재주가 있다 아이가.“식이다. 기술자의 보고이자 아직도 기름밥을 자랑스러워하시는 분들이 계신 곳이 영도이다. 그래서 그분들이 문화와 결합하여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으면 한다.




봉래마켓   봉래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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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마켓 X M MARKET



영도는 새로운 바람이 부는 곳이다. 최근 들어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과 공간, 거점들이 들어서면서 공간의 활용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듯하다. 예를 들면 도시재생 지역 내 창고를 활용한 '무명일기'가 외롭게 지키고 있던 곳에 '창의산업공간', '모모스커피', '영도물산장려관' 등이 생길 예정이다. 그 외 봉래동 주변에는 'AREA6', '젬스톤' 등 복합커뮤니티 공간들이 만들어져있으며, 더불어 앞으로도 많은 거점이 만들어질 것이다. 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작은 커뮤니티부터 거점 중심 공간들이 이미 형성되어 있으니 이를 링크시켜주는 역할을 문화도시가 담당해주었으면 좋겠다. 넓게는 문화섬 영도의 중심이 되는 거점과 작은 문화 분점 같은 역할을 통해 네트워크를 연결하면 좋겠다. 그래서 영도의 거점들을 연결하는 축제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 정도면 비엔날레 못지않은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영도 물양장 창고 골목  무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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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물양장 창고 골목 그리고  무명일기
© 무명일기



마지막으로 문화와 역사 그리고 장소의 결합체를 형성해주셨으면 한다. 영도는 대표적인 근현대 자원과 스토리가 함께 공존하는 장소이다. 중공업, 경공업뿐만 아니라 지역의 오래된 시장들 그리고 건축물들이 공존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한국조선공사, 조선경질주식회사, 제염소, 어망회사, 양조장, 벽돌공장, 법랑공장 등 근대산업과 그 배후부지에 형성된 서비스업들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해돋이마을은 피난민수용소의 역할을 담당했고 우뭇가사리와 제주 해녀의 아픔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태종대는 일제강점기의 포진지가 있었고 민간학살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스토리가 여전히 공존하고 이러한 소소한 생활 문화 스토리가 여전히 풍부하게 살아있는 공간이 바로 영도이다.

 

문화도시 최종 발표 날 참여자로 동행했다. 추운 겨울에 한글박물관의 오픈된 강당에 모여 토론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누구나 질문하는 구성과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나 어색했다. 개인적으로는 도시 간 특징과 문화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문화예술가들이 어떻게 일상에 스며들게 되는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질문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때 나온 질문 중 하나가 '영도 내에 어떤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있는가?' 였다. 생각해보니 외부의 활동, 기획보다 중요한 건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것이었다. 또 그게 문화도시의 취지인 듯했다.

 

이러한 면에서 영도는 사람, 거점, 스토리를 모두 갖추고 있다. 이제 매개자 문화도시가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그 문화적 씨앗들이 자생력을 갖게 하고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하는 역할과 서로 다른 것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도록 터를 다져주는 역할을 담당했으면 한다. 특히 문화도시의 크루들이 이곳 영도에 뿌리 내려 오랫동안 문화의 생명력을 발산해주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이러한 실험이 앞으로도 많은 다양한 것이 지속 가능 할 영도에서 생성의 기폭제가 되어줄 것 같아 기대된다.





사진임소 



홍순연 삼진이음 이사·대통전수방 부코디네이터

누구는 역사학 전공으로 알고 있지만 건축전공이다. 근대건축보존활용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역사문화자원이 도시재생과 연관될 시점에 기업부설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지내다 현재는 삼진이음과 대통전수방에서 M마켓, 리브랜딩 등 다양한 사업과 최근 영도 AREA6 공간을 오픈해 운영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