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시섬

"문화예술이 어떻게 도시의 미래가 되는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이야기합니다."

영도의 문화-산업 생태환경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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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태희 미디어 아티스트 작성일 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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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대평동 선박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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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대평동 선박부품



이중혁명

 

어제와 오늘은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최근 듣는 다양한 소식을 통해 우리 주변 곳곳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그로 인해 아직 우리가 경험해 보지 않은 큰 변화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기도 한다.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 1917~2012)18세기 말에서 19세기 중반까지의 시대를 이중 혁명(Dual Revolution)의 시대라 일컬었다.(위키디피아 참조) 영국에서 꽃을 피운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을 필두로 하여 평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일깨워준 정치혁명이 같은 시기에 나타났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 자본주의와 정치적 민주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근대 사회가 출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의 혁명도 큰 변화를 줄 것인데 두 개의 혁명 쌍두마차에 이끌려 세상은 더욱 큰 변화를 맞았다. 과거의 이중 혁명은 오늘날 이야기되는 인공지능을 근간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과 세계를 휩쓸고 있는 팬데믹, 이 둘이 가져오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연상시킨다.

 

 

4차 산업혁명

 

지금까지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있었고, 이제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초입에 있다고 말한다. 말이 혁명이지, 혁명은 세상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갖는다. 원시시대에 늘 떠돌아다니며 채집을 하던 것과 한 자리에서 농업을 하며 살 수 있던 때를 비교하면 전문성과 직업군(?)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리라 상상할 수 있다.

 

전기가 없었던 때와 전기가 세상에 보급된 이후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실감 난다. 전기가 발명되지 않았으면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을까? 그것으로 행복해졌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보지만, 이미 우리는 그 터널을 지나와버렸기 때문에 그건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는 바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이다.

 

더욱이 우리는 지금 유례없는 팬데믹 사태를 맞고 있다. 비대면 활동의 활성화로 정보기술에 기반을 둔 비대면 기술의 활용이 더욱 활발해져 현 산업혁명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며 또 많은 직업이 새로이 생겨난다며 잘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팬데믹에 의하여 어떤 산업은 입지가 좁아지고 어떤 산업은 크게 활성화되는 변화를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다.



4차산업, 인공지능 이미지
 




인공지능

 

사람을 대신하는 기계를 만드는 일은 언제나 과학자들의 로망이었다. 컴퓨터는 그러한 로망이 이제 겨우 현실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의 지능을 이해하고, 이를 구현할 기술이 막 생겨난 20세기 중반에야 나왔다. 그것은 지금 기준에서 보면 용량도 아주 작고 단순한 구조였지만 필살기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어떤 기계’에 주어지는 프로그램에 따라 변신성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컴퓨터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도 거듭되고 노하우도 많이 쌓여 알파고와 같은 고도의 기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이제 4차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것에 있어서, 프로그램이 컴퓨터 언어를 통하여 사람이 컴퓨터에 일을 시키는 일종의 지시문이라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 사람은 컴퓨터 언어라는 일종의 언어체계를 통하여 세상의 여러 일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고 컴퓨터에 주는 것으로써 컴퓨터에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사람의 언어가 영어, 일본어, 한국어 등 다양하듯이 컴퓨터 언어에도, C, C++, Java, Python과 같이 다양한 언어가 있다. 컴퓨터 언어에는 유행도 있고 장단점도 있어서 문제의 성격에 따라 선택되기도 한다. 컴퓨터 언어에도 문법이 있는데 처음에는 이 문법과 기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경험이 쌓일수록 도메인 지식을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마치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 문법을 안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말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일은 세상일을 더욱 깊이, 잘 알아야 하는 것과 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의 일에 대하여 컴퓨터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인공지능과 같이 고도로 추상화된 수위에서 사물과 행동의 의미를 다루어야 하는 경우에 더욱 분명해진다. 그래서 결국 컴퓨터를 다루어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일도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의미를 다루는 일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하겠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인공지능을 단순히 기술로만 보는 것을 넘어서야 하며 생각의 틀과 통찰력에 관한 문제이며, 예술 활동의 프로세스 관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것을 적절히 산업 활동에 녹여 새로운 생각이 창출되고 기술발전의 동기와 소재가 되며 대중이 활발하게 소비할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가 생겨나도록 밑거름을 깔아주는 것이 절실하다.

 

 

깡깡이예술마을의 색깔

 

깡깡이예술마을에 들어서면 일상적으로 보는 도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다닥다닥 붙은 작은 워크숍, 어디를 가나 보이는 짙은 녹가루, 배에 쓰는 닻, 스크류, 파이프, 철판 그리고 다른 부속들이 눈을 채운다. 이들은 여기저기 널려 있어 길과 공장의 경계를 알기 어렵게 한다. 오래된 건물들, 노동자들의 작업하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여기는 경험과 삶이 짙게 축적되었을 것이라는 인상을 가지게 한다.


지금의 예술은 생각도 예술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재료나 방법에 구애받지 않는다. 사물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고, 의미 있는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때로는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 직접 그 속에 들어가 묻혀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발견되는 새로운 어떤 무엇이 흥미로운 경험의 소재로 제시되곤 한다. 그 저변에는 실험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시간의 연속성 위에서 끊임없는 실험은 끝내 완성되지 않으며 중간 결과만 만들 뿐이다. 이러한 실험은 삶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모습을 찾게 하고, 사물과 사물의 관계, 그리고 사물과 사람의 관계에서 새로운 관점을 찾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봐도 깡깡이예술마을은 매우 흥미로운 장소가 된다.



영도 대평동 선박부품들  영도 대평동 선박부품들  영도 대평동 선박부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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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대평동 선박부품들



실험과 초월의 재미

 

독일의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의미는 사용에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런 말은 직접 그 말을 한 사람과 많은 대화를 해 보기 전에는 진정으로 이해하기 쉽지는 않은데, 그것은 아마 말로써는 표현하기 어려운 깊은 통찰과 삶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이해하길 시도해 본다면, 아마 누군가에 의하여 남겨져서 책 속에 가만히 있는 글과 지금 막 내 입을 통해 사용되고 있는 언어는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다르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우리 주변에서 내가 늘 보던 사물의 모습들도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종종 도전한다. 하나의 의자는 굳이 손대지 않으면 그 모습이 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어제의 의자나 오늘의 그 의자나 같은 의자가 분명하다. 그런데 어제와 오늘은 분명 다른 날이기 때문에 어제의 그 의자가 오늘도 역시 같은 의자인지, 아니면 그것을 다른 의자로 보아야 하는지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어제와 오늘을 가르는 새벽 12시에 그 의자에서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는데 의자는 변할 리가 없고 순식간에 어제의 의자는 오늘의 의자가 되어버린다. 의자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제는 무엇이고 오늘은 무엇인가?

 

철학자가 남긴 글에서 그가 필사적으로 했던 생각들을 가늠하게 되고 그것이 내 문제가 되고, 그래서 실험도 해 보게 되는데, 그러다 새로운 문제를 만나게 되고 그것은 끝이 나지 않는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가 된다. 깡깡이예술마을에서 보는 뚜렷한 지역성, 풍부한 장소성, 농축된 경험, 활발한 상호작용과 같은 요소들은 예술적 실험이 아주 흥미로울 수 있도록 자극하고 질문이 질문을 낳듯,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이미 이러한 동력은 자리 잡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영도의 가능성과 스타트업 생태계

 

영도에서 문화 예술적 실험은 근래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문화예술에서 끝나지 않고 비즈니스 활동까지를 포괄하는 더욱 넓은 범위에서의 산업 생태계가 자리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지는 듯하다. 하나의 선순환적인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영도의 경우에는 그러한 생태계가 문화예술에 기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인 인공지능이 의미를 다루는 일을 깊이 있게, 능숙하게 해 나가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가? 영도에 새롭게 일어나는 바람이 이제 세상이 새롭게 필요로 하는 활동으로 견인되어 가길 기대해 본다. 선순환적인 생태계는 비단 영도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영도와 같이 콘텐츠가 응집된 깡깡이예술마을이 있고 문화예술 관련한 활동과 사업이 꾸준히 생겨나는 곳이라면 한번 기대를 걸어볼 만한 것이다.



스타트업 이미지
 


스타트업은 모험적인 초기 기업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다양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회사를 설립하여 크게 성공하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기술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도 많이 있지만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스타트업을 차리기도 한다. 아마존도 페이스북도, 애플도 카카오도 스타트업에서 출발했다. 하나의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인력과 자금은 당연하겠으며, 끊임없이 자극받고 실험하고 성장하기 위한 활발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생태계의 활성화는 단순한 자금 지원만으로는 잘되지 않는 것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섬세한 투자와 보살핌이 필요하다.

 

 

글을 마치며

 

영도에 근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생겨난 이면에는 그간의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많은 이의 열정 어린 수고가 있었다. 영도가 본래 가진 모습이 가치 있게 발굴되어 가면서 선순환적인 문화-산업 생태계가 지리 잡을 가능성을 보인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하나의 바람직한 상징으로 자리 잡아 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직 잘 보이지 않는 것은 국제적 활동이다. 부산은 세계적인 도시이다. 그만큼 인지도도 있지만, 참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다. 세계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부산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것이 많은 어마어마한 도시라 생각한다. 영도가 부산의 문화-산업 생태계의 국제적 활동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 임소

  


김태희 미디어 아티스트

인공지능을 공부하다 돌에도 지능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맞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후에 예술대학을 다녔다.
인공지능 개발자이자 대학교수, 기업가이기도 하며 로봇을 포함한 상호작용 미디어아트에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