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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펌핑, 영도 커뮤니티-우리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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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수진 경성대글로컬문화학부 조교수 작성일 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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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펌핑, 영도 커뮤니티-우리네들
 


커뮤니티(Community)를 한국어로 옮기면 공동체다. 그러면 커뮤니티는 공동체라는 뜻인가? 그렇지는 않다. 공동체와 커뮤니티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일단 두 단어의 시간적 뿌리가 다르다. 공동체는 근대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이고 커뮤니티는 근대 이후부터 존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동체는 공간적 운명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옛날의 마을이 그렇다. 마을은 공간이었고 마을 사람들은 공간을 공유한 사람들이었다. 선대가 살았던 곳에서 그 후손이 살았다. 대체로 사람은 자신이 속했던 마을의 공동체에 순응하며 살아왔다. 마을이라는 (역사적 경험)공동체는 삶의 방식을 좌우할 정도로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공동체 문화는 개인이 따라야 할 상식이었다. 반면, 커뮤니티는 공간의 제한을 거의 받지 않는다공간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 커뮤니티도 많았다. 커뮤니티는 개인이 의지나 희망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무엇이었다.

 

공동체에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강력한 전제나 좋든 싫든 서로 엮일 수밖에 없는 관계가 있었다면, 커뮤니티에는 이렇게 살고 싶다는 미래 지향적 의지와 필요에 따라 엮어가는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차이가 있지만, 공동체와 커뮤니티는 연관 검색어처럼 연결된 언어기도 하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이렇게 살고 싶다라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장들이다. 우리는 누구나 당위(이렇게 살아야 한다)와 희망(이렇게 살고 싶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주어진 삶의 방식에서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더하고자 하는 욕망. 이 욕망을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인간의 에너지로 보는 건 어떨까.1) 본 글에서는 그런 측면에서 영도의 몇몇 커뮤니티 활동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도 사람들은 어떤 희망을 품고 그 희망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으며 또 어떤 희망을 생성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리는 격주 금요일 저녁마다 만나고 있는데, 재밌지요

 

장난감 기차가 칙칙 떠나간다. 과자와 설탕을 싣고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서로의 어깨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사람 기차를 만든다. 아이와 어른이 만든 기차는 청량한 웃음소리를 뿜으며 움직인다. 금요일(격주별) 저녁이면 남항초등학교 대강당에서 이들은 궁리를 한다. 땅따먹기, 제기차기, 사방치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등. 뭐든 대환영이다. 40~5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으니 그 기운이 대강당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한바탕 놀고 나서 먹는 간식은 말하지 않아도 꿀맛이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있었고 이들이 알음알음으로 연결되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한다. 학부모들이 어릴 적 해 보고 들어봤던 놀이를 공유하고 아이들이랑 같이 놀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도 재밌고 부모들도 (힘은 들지만) 재미있다. 어떤 놀이든 스스로’, ‘함께한다는 것이 제일 재미있는 것이다. 그래서 강당을 벗어나 집 앞마당의 빈 곳에 텃밭을 나누고 텃밭 가꾸기도 시도해 본다. 근데 이건 너무 힘들다. 힘들면 억지로 하지 않는 것도 재미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놀이 커뮤니티 <꿈놀터>는 그렇게 재미를 이어나간다. 함께 놀이하는 것이 재미있다면 이 재미를 나누면 배가 되지 않을까 하여, 열린 공간(국립해양박물관 앞마당, M마켓 등)에서 놀이나 플래시 몹을 펼쳐보기도 한다. 구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놀이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함께 하는 삶의 자연스러움을 체험한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신만의 공동체 감수성을 길러간다. 커뮤니티의 청사진을 그리고 커뮤니티를 지속시키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이 <꿈놀터>에겐 더 중요하다.



남향초등학교 강당에서 꿈놀터  국립해양박물관 앞마당에서 꿈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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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항초등학교 대강당에서, 국립해양박물관 앞마당에서 <꿈놀터>



목선 문화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조선업이 태동했던 영도는 그런 문화를 실험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에요.”

 

영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타지에서 학교에 다니고 기술을 익혔다. 그러다 몇 년 전 다시 영도로 들어온 청년이 있다. 그 청년은 함께 배를 만드는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이곳으로 돌아왔다. 나무로 배를 만드는 것이 좋았고, 좋아하는 배를 만들어 돈을 벌고 싶어서 <라보드>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목선을 만들어 돈을 버는 일은 아직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목선을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배 만들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일단은 문화적으로 접근해 보기로 한다. 바다에 떠 있는 목선 안에서 사람들이 여러 가지 문화체험을 하고 이를 재미있게 여기고 목선과 친숙해지도록 뭐든 만들자. <라보드>의 청년들은 배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배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테면 목선 만들기 기술은 이미 익혔으니 이제 사람들과 어울려 문화를 만드는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무와 친해질 수 있도록 이웃 주민들과 나무 도마 만드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또 나무배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나무배 키트도 제작 중이다. 그들이 성공한다면 영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목선 문화가 자리 잡는 곳이 될 것이다.



라보드 목선 제작 중  라보드 목선 제작 중

라보드 목선 제작 중  라보드 완성된 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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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드> 목선 제작 중, 완성된 목선


 

동삼동 입구에 북방흑제대장군을 만들었어요.”

 

북방흑제대장군은 예부터 마을에서 지내던 의식인 오방제2) 중 하나다. <동삼1동 향토 동호회>에서는 동상동 입구, 바다와 인접한 곳에 북방흑제대장군을 세워 놨다. 영도로 들어온 무명의 존재들이 북망산천에 무사히 다다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웠다고 한다. 비록 영도 사람은 아니라 하더라도 영도로 들어온 손님이기에 이를 잘 대접하는 마음이 북방흑제대장군에 담겨 있다. 영도와 연이 닿은 사람의 복까지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동삼1동 향토 동호회>는 영도의 향토문화를 연구하고 복원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든 커뮤니티다. 영도와 영도 사람들의 안녕과 복을 바라기에 주민들이 오랫동안 행해 왔던 제의를 다시 살리려는 것이다. <봉래산 발복 기원제>, <달집태우기> 등은 향토 동호회가 복원하는 사업이다. <달집태우기>는 마땅한 장소가 없기에 현재는 하지 않는다. 쉽지는 않지만, 마을 역사성을 찾고 문화자원을 발굴하여 영도 외부 사람들에게 알리고 후세대에 이어주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예술가와 협업도 계속 지속하고자 한다. 또 지역 어른들의 구술을 통해 마을의 기억도 기록하려 한다. 이들에게 영도는 삶의 근간, 역사적 기원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그렇게 그들은 영도의 역사적 지속성을 구성하고자 한다.



북방흑제대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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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흑제대장군



  내가 사는 동네에 일어나는 일들에 개입할 줄 알아야 해요

 

<영도 희망 21>은 마을기업이다. 마을을 구성하는데,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만드는 경제 활동이다. <영도 희망 21>은 마을기업의 사회적 역할,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전략을 고민한다.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야 할 마을의 모습도 고민한다.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고 지지대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이들이 생각하는 마을이 아닐까. 나누고 지지하려면 서로 모여야 한다. <영도 희망 21>의 활동공간은 동삼동에 위치한 마을 카페다. 이 카페로 사람들이 모이고 배움과 나눔이 모인다. ‘풀뿌리 마을 교육 공동체라는 명칭은 이 커뮤니티의 성격을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

 

예를 들어 뮤지컬을 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에게 뮤지컬을 배울 수 있는 장소와 사람을 연결한다. 그러면 뮤지컬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모여든다. 또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대가 되어준다. 그렇게 성장해서 나간 팀이 <청소년 뮤지컬 다원>이다. 그뿐만 아니라 주민자치회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지역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도 개입한다. 이 모든 활동은 내가 사는 동네, 마을을 자발적으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영도 희망 21> 구성원은 자신을 커뮤니티 디자이너라 생각한다. 그들은 그들이 속한 행정 구역에서 풀뿌리 커뮤니티를 그려내고 있다.

 



영도 희망 21 마을카페  영도 희망 21 마을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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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희망 21> 마을카페



내가 사는 마을이니까 잘 되면 좋지요.”

 

예쁜 길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테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까를 고민하는 만큼 내가 생활하는 장소 또한 가꾸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도시에서는 이제는 거의 사라진 이웃사촌이라는 말. 영도의 봉산마을에서 그 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3) 긴 길이든 짧은 길이든 마을 길은 나와 이웃사촌이 함께 사용하는 장소다. 그래서 나의 길 닦기는 곧 마을을 위한 실천이 된다. 내가 닦은 길에서 기분 좋게 덕담이나 농을 던지고 지나가는 이웃의 응답으로 마을 살이의 존재감을 느낀다. 봉산마을의 두레패는 이런 맘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이왕 같이 살아왔던 거 좀 더 마을이 좋아지는 쪽으로 뭔가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행복마을 사업으로 블루베리를 가꾸고 고구마를 심고 체험 학습장을 만들고 하면서 <우리가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협동조합은 다시 봉산마을 마을 관리 사회적 협동조합이 되었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할 일도 많아졌다. 그런 만큼 부담이 커진 것도 맞다. 사업의 규모, 마을의 할 일들이 봉산마을 커뮤니티, 그리고 봉산마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궁금해진다.




우리가 사랑방  봉산마을 골목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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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家 사랑방>과 봉산마을 골목 풍경 
© 봉산마을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에 희망도 많다.

 

가슴의 희망이 움직임을 낳고 이 움직임이 또 다른 움직임과 희망으로 이어질 때, 움직임의 주체들은 하늘의 별이 되고 이 별들의 무리는 우리네가 된다.

 

영도에는 수많은 커뮤니티가 있다. 앞서 언급한 커뮤니티는 그중 일부다.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모두 희망을 실천으로 바꾸고 다시 희망을 만들어 내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들은 왜 커뮤니티 활동을 계속 이어가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들은 자신이 사는 장소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재미 만들기, 희망 만들기를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러한 꿈꾸기로 일상에 엄청난 피로감이 발생하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커뮤니티는 곧 사람의 무리인 우리네다. 맑은 하늘에 잔별이 많듯이 푸른 앞바다를 마당으로 삼은 영도에는 희망을 펌프질하는 우리네들이 있다





1) 공동체와 커뮤니티를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공동체 운동도 분명 존재하고 이론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어떻 게 보느 냐에 따라 공동체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새로운 사회를 조직하는 실천으로서의 공동체 운동이 아닌 기존의 사회(공동체)에서 충족시켜주지 않는 욕망을 개인과 개인이 자발적으로 만족하게 해 나가는 커뮤니티 실천을 강조하고자 하기에 다소 거칠지만 이렇게 구분한다.

2) 음력 정월 초순에서 대보름 무렵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오방신에게 올리는 마을공동제의. 오방은 다섯 방위, 즉 동서남북과 중앙을 말한다. 오방신은 오방을 신격화한 것으로 동방의 청제대장군(靑帝大將軍), 서방의 백제대장군(白帝大將軍), 남방의 적제대장군(赤帝大將軍), 북방의 흑제대장군(黑帝大將軍), 중앙의 황제대장군(黃帝大將軍)을 일컫는다. (한국 민속대백과사전)

3) 해돋이마을, 흰여울마을, 신선동, 국화마을 등 영도에는 이웃사촌 문화가 여전한 동네들이 많다.

 



 



이수진 경성대글로컬문화학부 조교수

지역문화 아카이빙에 관심을 두고 문화공간, 커뮤니티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