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시섬

"문화예술이 어떻게 도시의 미래가 되는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이야기합니다."

문화적으로 도시를 만들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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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원향미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작성일 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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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 문화도시 사업에 대한 소박한 기대




영도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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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대교




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

 

개인적으로 영도와의 기억은 대학 졸업 후 학원 강사로 근무하던 시절 영도에 있는 어학원에 출근했던 시간과 맞닿아 있다.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넜다가 다시 다리를 건너오는 짧은 출퇴근 시간, 가끔 여유가 있으면 퇴근길에 영도다리를 걸어서 남포동으로 넘어오던, 영도 밤바다 야경이 참 특별했던 기억들이 영도와 내가 맺고 있는 짧은 인연이다.

 

섬이라는 존재는 그곳에 살아본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공통의 고유한 감각을 길러내는 곳이자, 이어짐과 끊어짐이 공존하는 곳이다. 땅 길로 연결되어 있는 장소 간의 이어짐과 달리, 바닷길로 연결되어 있는 장소의 연결은 연결의 의지조차도 자연의 섭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겸손한 곳이다.

 

현재 영도는 이미 네 개의 다리로 연결된 이어짐의 도시다. 네 개의 다리 중 영도에 도달하는 최단 거리가 되어줄 다리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선택지가 다양한 영도는 이미 섬이라는 단절과 고립의 느낌보다는 내륙의 연장선이자 이미 이어짐이 가득한 도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도는 어쨌든 섬이다. 내륙의 소도시들이 끊임없는 결합과 해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도 영도는 연결이라는 선택지 외에 결합과 해체의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는 섬이다.

 

이제 영도는 예술과 도시의 섬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고유한 예술이 탄생하고 고유한 도시적 가치가 살아나는 섬, 영도가 부산 최초의 법정 문화도시가 되었고, 이제 막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영도 대교 및 주요 명소 일러스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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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대교 및 주요 명소




문화도시, 그 알 수 없는 모호함과 지난함의 과정

 

2017년 금정문화재단에 근무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공모를 준비하게 되었다. 신생 기초문화재단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대규모의 예산(물론, 토건 분야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이 문화사업에 쓰일 수 있거니와, 무려 5년간 안정적으로 예산이 지원되는 엄청난 기회였다. 또한 예비문화도시에 지정되어 사업을 수행할 때도 안정적으로 예산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정문화도시 사업이 시작되기 전이었으니 구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부산에서 문화도시사업을 제대로 알고 있는 전문가들도 전혀 없었다. 밑도 끝도 없이 시작된 공모 준비과정에서 가장 먼저 부딪힌 난관은 문화도시라는, 너무나 익숙한 두 단어의 결합에 대한 명쾌한 모호함이었다. 문화도시라는 단어가 이미 많이 소비되고 있었지만, 문화도시조성사업이 지향하는 문화도시는 단순히 문화예술이 넘쳐나는 도시가 아니었다. 결국 문화도시에 대한 정확한 개념의 이해단계를 넘어서지 않으면 도저히 시작할 수 없는 공모사업이었다.

 

‘Every City is Unique.’ 문화도시조성사업을 설계했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에게서 이 문장을 듣는 순간, 그 실마리가 풀렸다. 모든 도시가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그 문화가 도시발전의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되, 도시발전의 동력이 되는 과정에 지역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이고도 지지부진한 문화적인 공론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 당연하지만 구현하기 참 어려운 사업이었다.

every city is unique, 문화도시

결국,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우리 도시의 고유한 문화를 발견하고 동력화하기 위한 매뉴얼을 착실히 밟아가는 사업이다. 문화도시라는 그릇에 도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맛과 빛깔의 문화를 잘 요리해서 담아가는 사업이다. 우리 지역의 고유한 문화 재료 찾기부터, 신선하게 가져오기, 갖은양념으로 맛을 더하고 누구와 먹으면 가장 맛있고 즐거울지 고민하는, 매우 어렵지만 설레는 과정이다.

 

금정구는 이듬해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에서 적정 판정을 받았지만, 광역시 예산 매칭에 실패해서 미완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고민했던 금정구의 문화적 가치와 전략들,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빛나는 문화도시 금정은 이듬해 금정구 중기 문화발전계획인 금정문화플랜의 비전과 실행계획들로 살아남았다.

 

현재 전국에는 2차 발표 후 법정 문화도시 12, 최근 발표된 제3차 예비문화도시에 10개가 추가로 지정되었다. 전국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니 선정된 문화도시가 아직 소수에 불과함에도 문화도시에 대한 피로도가 조금씩 누적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업 착수 시기가 비슷하다 보니 지역민과 함께 도시의 매력을 발견하고 이야기하는 의견 수렴의 과정이 동시다발로 일어나서일까. 문화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놓치는 사람과 생각들을 최소화해야 하는 문화적 과정의 특성상 분명 무르익을 시간이 필요하지만 해치우기 느낌이 가끔 든다. 하지만 동일한 레시피라도 요리사의 손맛에 따라 다른 맛을 내듯이 시민들이 보여준 다양한 색깔의 재료들은 분명 요리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국비 사업의 속도감을 문화도시 사업에서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가 관건일 것이다.

 

 

 

문화도시로 기대하는 영도의 미래

 

영도 문화도시는 이런저런 과정 끝에 20199월에 실무진이 제대로 갖춰졌다. 해마다 소진해야 할 예산을 쌓아놓고 사업을 수행하다 보면 도장 깨기, 체크리스트 한 줄 긋기가 되어버리기 쉽다. 다행인 것은 영도의 경우 깡깡이예술마을부터 착실한 호흡으로 영도의 문화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이다. 깡깡이 마을의 존재도 몰랐던 등잔 밑의 부산시민들은 깡깡이예술마을을 통해 영도가 수리조선소 1번지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깡깡이 아지매에 얽힌 사연들에 울고 웃을 수 있었다.






  깡깡이예술마을 이미지  깡깡이예술마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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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예술마을



하지만 영도에는 깡깡이예술마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도 문화도시에 담아야 할 재료들은 각양각색이다. 언젠가 영도 문화도시의 윤곽이 드러날 순간이 오겠지만 지금은 다양한 재료들과 다양한 사람들을 엮어내는 작업이 우선이다.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지점은 문화적으로 도시의 모든 면과 접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상수도, 하수도 처리도 문화적인 솔루션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영도라는 공간적 특성이 연결고리가 되는 모든 재료를 열린 마음으로 관찰하고, 문화도시가 처방될 수 있는 영도의 문제들을 살펴봐야 한다. 관찰과 문제 도출의 과정은 구민들에게 겸손하고 투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결국 문화적으로 도시가 발전한다는 것은 신뢰가 근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금정구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슬로건의 첫 번째 구상은 사람의 무늬가 빛나는 문화도시 금정이었다. 문화도시 사업은 결국 도시의 고유한 무늬와 결을 도시의 지속할 수 있는 동력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절영도의 역사, 조내기 고구마, 깡깡이예술마을, 태종대 수국, 작은 카페의 주인들, 남항시장의 상인들, 수리조선소의 노동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도구에서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이 지닌 무늬가 문화도시를 통해 빛났으면 좋겠다. 영도 문화도시가 영도구민의 다양한 무늬들에 빛을 비춰주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원향미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현장과 연구의 두 가지 끈을 놓지 못한 어중간한 문화활동가, 대학교, 문화판, 기초문화재단, 광역문화재단 여기저기에서 동분서주한 경험이 자산입니다. 가치와 진정성, 진심 어린 태도로 사람과 일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파고드는 것보다 넓혀나가는 것이 적성에 맞는 듯 하여 겁 없는 도전으로 삶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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