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시섬

"문화예술이 어떻게 도시의 미래가 되는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이야기합니다."

문화도시에 담겨진 가치, 그리고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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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영준 김해문화도시센터장 작성일 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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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도시 열풍



과거 한국의 문화도시 정책은 유럽의 문화수도를 수용해 엄청난 예산을 하드웨어에 집중하면서 도시를 특성화했던 정책이었다. 영화의 도시를 표방했던 부산에 1,700억을 들여 영화의 전당을 건립했고, 17,000억이 투입된 전주에는 한옥마을이 조성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문화도시에 대한 정책적 개념이 모호하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지나치게 하드웨어 중심의 인프라 사업이 우선되어 있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를 극복하고자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내에 문화도시지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부산광역시 영도구를 비롯해 7개의 1차 문화도시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117일 제2차 문화도시가 지정되었다(2021년 새해를 맞이한 김해에서 첫눈과 함께 희소식이 날아들었다문화도시와 인연을 맺은 지 5년 만에 김해가 지역문화진흥법에 명시된 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



문화도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20년 문화도시 예비도시에 신청한 도시 41, 현재 예비도시로 지정된 도시 12, 그리고 1차로 지정된 법정 문화도시 7개, 그 중에서 2021년 발표된 2차 법정 문화도시 5개를 합치면 60개다. 전국 226개의 기초 지자체 4개 중 1개가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도시들을 고려하면 그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문화도시 열풍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문화정책의 전환을 상징하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문화산업, 예술진흥과 같은 전통적인 가치를 비롯해 문화민주주의, 문화적 도시경영, 거버넌스, 커먼즈, 리빙랩, 시민 자산화, 도시 특성화, 지속가능성 등 단위사업에서는 예외적으로 복합적인 요소들이 담겨 있으며, 5년이라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설계된 최초의 사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정책의 혁신적인 전환을 상징하는 문화도시는 5년이라는 시간으로 이룰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지속가능성은 문화도시 사업의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른 1차, 2차 법정문화도시 일러스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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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진흥법에 따른 1차, 2차 법정문화도시





문화도시와 지속 가능성



문화도시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는 크게 3가지, 사람, 자산 제도다. 문화도시를 추진하는 사람(주체)을 만들어야 하고 이들이 사업을 진행 할 수 있는 자산(자본)을 축적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환경(, 제도)을 만드는 일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먼저 사람. 문화도시를 추진하는 주체로서의 시민의 등장은 문화도시 사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주체로서의 시민을 만드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참여 혹은 향유의 주체였던 시민을 주체로 전환하는 일은 섬세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이제까지 한국의 문화 정책적 목표가 문화예술의 국민적 향유 확대’ - 시민을 향유의 주체로 바라보는 시각 - 라고 하는 문화 민주화의 개념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행정 중심의 지원체계 중심으로 진행되어 시민의 역할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림으로 그린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래서 시민력을 확대하고 시민 중심으로 문화적인 도시경영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의 튼튼한 구성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현재 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도시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거버넌스 구성을 실험하고 있다. 강릉과 완주의 민회’, 청주의 ‘10만인 클럽’, 김해의 도시문화실험실등 도시의 현실을 반영한 시도를 펼쳐나가고 있다. (시민)거버넌스는 사업의 과정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결과로 환원되기도 한다. 크게 보면 강릉이나 완주처럼 시민 거버넌스를 오랫동안 공들여 만들고 이 조직체계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경우와 김해처럼 사업단위에서 만들어진 주체가 네트워킹해서 서서히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가는 두 가지 방식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순서가 어찌 되었든 시민 거버넌스가 사업의 주체가 되는 결과를 지향하는 것은 동일하다.


두 번째로는 자산이다. 여기서 자산은 시민자산이라고 보면 된다.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행정적인 예산을 넘어 시민 스스로 자산을 조성하고 이를 활용해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문화도시 5년 동안 200억 정도의 예산으로 도시를 문화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예산은 향후 문화도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마중물 사업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문화도시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일은 모든 도시에 주어진 미션이다. 그중 하나가 시민 자산화이다.


이제까지 공공성을 담보하는 자산은 대부분 공공자산으로 매입하게 된다. 하지만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하는 공공자산은 용도에도 많은 제약이 있으며 매각이나 활용에 어려움이 크다. 김해에서는 가야사 복원을 위해 대상지를 수용하는 가야사 2단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지는 대부분 국비로 수용되며 존치건물을 제외하면 아무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시민자산은 공공성을 담보하면서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고 수익사업도 진행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구 근대골목처럼 사라질 뻔한 근대유산을 시민들이 사들여 도시의 문화적인 콘텐츠를 만들었듯이 지역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주요 거점을 시민 자산화 해 자율적인 운영을 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특히 행정안전부에서는 2019년 시범사업, 2020년에는 350억의 재원으로 지역 자산화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협과 MOU를 맺어 사업비를 저리로 융자해 주는 사업이다. 2022년까지 75건의 지역 자산화 사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이 시도되는 이유는 시민력의 성장과 시민자산의 성장이 동행해야만 새로운 지역생산이 가능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근대골목, 3.1 만세운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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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근대골목 / 3.1 만세운동길

자료제공  :  대구광역시 중구청 , 해당 저작물은 대구광역시 중구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문화적으로 도시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지원체계를 새롭게 구성해야 하고, 이를 위한 기구도 신설이 되어야 한다. 또한 문화도시 조례도 사업의 진행 양상에 따라 개정을 해나가고 문화도시 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을 더욱 높여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의 재원도 중요하지만, 문화도시 사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재원의 확보 방안도 제도적으로 정비되어 안정적인 예산확보가 가능해야 한다.


김해의 경우 문화예술지원체계를 새롭게 조성하기 위해 지역문화예술위원회설립을 위한 조례를 만들 예정이며, 문화재 발굴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이를 보전하고 활용 할 수 있는 역사문화도시조례도 제정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조례들은 시민이 주축이 되어 시의회와 협력해 나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매년 김해시 집행 잔액(500억 규모)2%를 문화도시 기금으로 적립하는 제도도 김해시 기획 예산과와 협의해 마련할 것이며, 문화도시 종료 후 5개년 계획을 수립발표하는 것을 골자로 문화도시 조례도 개정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김해에는 문화 관련 조례가 21개가 있다. 이 조례들을 다시 재정비하는 사업도 시민들과 함께 진행해 나갈 것이다. 이미 김해는 문화 다양성 증진에 관한 조례를 문화도시 시민연구원들이 주도해 만든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정비가 없으면 문화도시 사업의 지속가능성은 확립되지 못한다.


대성동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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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 고분군

자료제공  :  김해시 , 해당 저작물은 김해시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문화도시의 미래



문화도시에 대한 높은 관심만큼 말도 많다.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있는 선정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 사업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들, 언제까지 이 사업이 지속할지에 대한 불안감, 도시의 색채가 드러나기보다는 평준화되어가는 사업에 대한 비판 등 문화도시를 둘러싸고 많은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문화도시가 한국문화정책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이슈들이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고, 문화도시 사업도 새롭게 진화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지속가능성은 현재 문화 도시를 추진하는 주체들이 사유해야 할 가장 중요한 담론이다. 그리고 이 사실에 대해서도 이견은 없어 보인다.





이영준 김해문화도시센터장

조현화랑 큐레이터, 대안공간 섬 기획위원을 거쳐 김해문화재단에서 전시, 교육, 영상, 경영 등의 업무를 진행하다 지금은 김해 문화도시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초문화재단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