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시섬

"문화예술이 어떻게 도시의 미래가 되는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이야기합니다."

지속가능한 도시발전, 문화도시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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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차재근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 /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 작성일 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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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도시의 또 다른 이름이다. 

문명은 특정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도구와 기술의식과 언어다양성과 혼종창조와 교류 등의 요인에 따라 생성되고 성장한다이렇게 생성된 문명은 공간화와 지역화 과정을 통해 도시를 형성하고 국가를 이룬다경계와 이데올로기계층의 형성소유와 지배구조의 경험을 지나 정책과 제도시민과 정부가 등장하고 산업사회로 전환을 수반하며국지적 갈등을 경험하며 거대도시화가 진행되는 팽창의 과정을 거친다이 같은 과정을 거듭한 도시는 장소적 팽창의 한계인구 유입과 생산의 둔화공간의 노후화와 도시환경의 훼손산업과 경제의 위기삶의 방식과 가치 추구의 변화도시 매력도와 신뢰도 하락 등의 요인에 따라 쇠퇴한다결국 문명이란 도시는 생성팽창쇠퇴의 순환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정말 인정하기 싫지만이 같은 사이클 반복의 기저에는 신자본주의적 혁신의 논리가 작동되어 왔고혁신의 이익은 소수의 자본가가 독식하는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뤼크 페리(Luc Ferry)는 이를 자본주의가 가진 파괴적 혁신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문명의 순환과정 속에서 재생이란 용어는 등장한다도시재생은 장소와 공간 중심의 물리적 재생시민의 삶의 전환을 통한 문화적 방식을 선호하는 사회적(유기적재생으로 나눈다세계적으로 성공한 도시재생 모델은 대부분 문화적 방식을 채택했다스페인 빌바오시는 철강업과 조선업의 몰락으로 쇠퇴한 도시를 새로운 문화지구 건설로 접근한 반면영국 런던독일 루르지역과 베를린은 문화적 공간재생으로 활로를 열었고영국 게이츠헤드는 문화적 시설과 작품공간 조성 방식을 채택했다문화적(사회적도시재생은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방식을 채택한다우리나라 역시지지난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도시재생 정책을 주요 정책으로 진행해 왔다어느 정부랄 것 없이 대체적으로 물리적 재생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쇠퇴한 원도심 중심의 도시정비 혹은 도시개발 방식의 도심재생에 머물고 있다그동안 국토부의 도시재생 정책에 대해 비판적 성찰을 해온 일단의 도시재생 전문가들이 국토부 주도의 도시재생의 폐해와 한계를 지적해 왔다그것은 도시재생에 있어 문화적 방식이 배제되거나 무늬만 문화로 포장하고 예술을 도구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곧 용도 폐기해 버리며결국 재생의 이익은 소수의 부동산 개발업자와 건설업자가 독식해 버리는 폭력적 현상에 대한 성찰적 요구였다하지만 국토부의 오래된 관행과 도시재생 기생 자본들의 견고한 카르텔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그래서 이들은 도시재생에 관한 정책설계심사평가컨설팅 등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도시재생 뉴딜 보이콧을 선택했다.

 

이 같은 과정과 문제제기와 궤를 같이해서 나온 정책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적 도시재생이다문화적 도시재생은 터무니와 사람 무늬(人文)를 간직한 장소성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환경 즉 문화다양성을 주목하는 사회성(지역화/비판적 지역주의 지향), 문화적인 방식과 현상에로의 행동 양식이 일회성 혹은 계기적이 아닌 다양하게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일상성개개인의 시민성에 머문 것이 아닌 공동체적 시민력이렇게 네 가지 핵심 요소를 요구한다문화적 도시재생이 쇠퇴한 원도심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면법정 문화도시(이하 문화도시)는 원도심을 포함한 도시 전체에 대한 입체적 접근을 전제로 하며, 유기적이고 입체적인 방식을 채택한다. 정책 설계진이 정리한 문화도시의 개념은 문화가 가진 가치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사회적 생명체이다. 어렵다.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후 이렇게 추상적인 정책 개념은 처음이다. 나름 풀어 본다. 탈근대적인 삶의 추구, 곧 삶의 전환을 통한 시민의 변화가 공동체를 바꾸고, 거기서 생성된 상상력과 시민력으로 하여금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삶의 구체적인 현상 하나하나에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게 함으로써 삶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 가게 하는 것이 바로 전환의 가치인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자식 공부시키기 위한 근대적 삶을 벗어나, 자아를 찾고 자신의 삶이 문화인 동시에 문명이라는 도시를 만들어가는 진화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 삶의 전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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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는 세 가지 분명한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첫째는 문화민주주의 원칙이다. 그것은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은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것과 동일하다는 얘기다. 수없이 많은 시민들이 만나 도시를 이야기하며, 제안하고 아이디어를 낸다. 담론의 횟수를 거듭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된다. 아이디어를 겨루다 보니 의제로 다듬어지고, 의제를 가지고 토론하다 보니 과제로 발전한다. 과제에 도시의 특성과 지속가능성을 결합하다 보니 특성화 전략이 도출되어 나온다. 이 일련의 과정은 시민의 행위 주체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경험이 없었던 방식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규칙과 과정을 바꾸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앙정부 정책 추진에 대한 관료사회의 기존 접근방식과 일하는 관성을 문화도시 사업에 맞게 혁신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문화도시에 있어 시민의 개념은 ‘~~이 아닌시민이 아닌 포함된시민이다. 평범한 시민도, 예술가도, 공무원도, 문화기획가, 시민단체, 미디어, 사회적 소수자가 모두 포함된 시민의 개념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지역문화분권의 원칙이다. 올해만 해도 41개 도시가 문화도시 예비지정에 도전할 만큼 문화도시 광풍이 불고 있다. 5년간 최대 200억 원의 사업비가 지원되는 것도 초유의 일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배경에는 사업의 내용, 즉 조성계획 자체를 해당 지역이 설계하고, 예산 설계 또한 지역이 권한을 가지는 지역의 자율적인 접근방식, 그리고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시민 주체적인 추진이 아니면 아예 접근이 안 되는 민주주의 방식이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는 문화 다양성의 원칙이다. 지역이 가진 문화적인 특성과 차별성이 조성계획에 드러나야 한다. 문화도시는 모든 도시가 공통적으로 포함해야 할 공통영역이 매뉴얼로 정해져 있다. 반면, 도시별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특성화 브랜드 전략의 영역이 있다. 이 원칙은 바로 특성화 전략을 위한 원칙이다. 특성화 전략은 해를 거듭할수록 문화도시 심의와 평가에 있어 중요한 영역으로 요구받고 있다.

 

필자는 컬처노믹스(Culturenomics)라는 용어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적당히 대응할 논리가 없어 후퇴하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돈이 되냐의 용어다. 어차피 자본주의 경제는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한계를 지닌다. 아니 어쩌면 지속성의 배제를 혁신으로 위장한 채, 인류를 기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의 것의 생존 주기를 정해야 경제적 영리 추구는 가능하다. 본질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컬처노믹스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루저(loser)들이 문화, 예술이라는 자본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만들어 낸 천박하고 해괴한 회피 용어로 생각한다. 필자는 인류가 가진 자본재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자본재로 문화유산을 지목한다. 우리는 문화유산을 활용하여 문화자원을 얻어내며, 관광 콘텐츠로 사용한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앞으로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부가가치는 커진다. 이는 수많은 관련 산업을 지탱할 뿐만 아니라, 인류는 문화유산에서 영감을 얻어 문명이라는 도시발전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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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부분의 자본재는 주기적 혹은 자원적 한계성을 분명하게 지닌다예술을 포함한 문화유산들은 뤼크 페리가 자본주의의 본질로 말한 파괴적 혁신을 무색하게 만든영속적으로 지속가능한 자본재라고 할 수 있다그뿐인가인류세의 가파른 시기대부분의 자본재들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위해 자연을 과도하게 사용해 왔다이런 행위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파괴와 혁신과 닿아 있다반면문화영역 창작행위의 결과물들은 자연을 가장 작게 훼손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희소적인 자본재이기도 하다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자본재는 누가 만들었나당연히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결과물들이다현시대의 문화예술가들은 미래 인류의 자본재로 쓰일 가장 뛰어난 자본재인 문화유산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그래서 문화예술은 공공재인 것이다여기에 문화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근거가 있다문화도시는 반드시 물리적 쇠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가장 지속가능한 자본재인 문화예술을 사용해 시민이 설계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결국 문화도시의 지속성은 시민이다.

 

또 하나는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곧 혁신이다경험하지 않았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불가능한 일도 아니다적어도 지정 후 5년 동안은 승인받은 조성계획대로 집행하지 않으면 지정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이 기간 동안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 전략과 콘텐츠를 이끌어내야 한다문화도시는 순식간에 도시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느린 속도일 것이다문화도시를 제대로 이해하고그것을 공유 지지해 주는 정책 일관성 또한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차재근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 /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

철들지 않고 사는 게 꿈이다. 글을 쓰는 것이 점점 두려워지는 걸 보면, 꿈이 이루어지긴 힘들 것 같다. 문화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문화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도시로 관통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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